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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업조사

키덜트코드에 관해....

by woosan_1218 2010. 1. 17.

경제적 여유+재미 추구…신소비 계층 - 대박 공식 ‘키덜트 코드’

‘어린이의 감수성을 가진 20~30대 성인’을 뜻하는 키덜트.
얼마 전까지도 키덜트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어른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진 말이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키덜트가 경제적인 여유를 가진 것은 물론 능동적으로 재미와 여가를 찾는 신소비 계층으로 부각됨에 따라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키덜트족의 의미와 관련 산업, 그리고 이들의 소비 특성을 꿰뚫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알아봤다.

용산의 프라모델(Plamodel) 전문점. 가게 앞에서 재생되는 만화영화에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20대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가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게 안서 프라모델을 유심히 살피던 이정주(28·학생) 씨는 “이곳에 올 때마다 10만 원 정도는 쓰는 것 같다”며 “관심 없는 사람이 보기에는 다 똑같은 건담 프라모델이라도 수많은 ‘버전’들이 있어 수집욕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하나둘씩 모으는데 재미를 붙이다보면 쉽게 그만두기가 힘들다”고 귀띔했다.
직장인이자 주부인 김성희(34) 씨는 요즘 퇴근 후 ‘개구리중사 케로로’를 시청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김씨는 “원래 아이가 좋아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빠져 남편 저녁 준비를 제대로 못할 때도 있다”며 “어린 시절 보던 애니메이션들을 패러디한 내용이 많아 아이뿐만 아니라 30대가 봐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키덜트족’이 기업들의 새로운 마케팅 타깃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키덜트란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어린이의 감수성을 지닌 20~30대 성인을 뜻하는 말이다.
사실 2000년대 초반 키덜트란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아직 ‘성숙하지 못한 어른’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키덜트족을 바라보는 눈길이 크게 달라졌다 심지어는 스스로를 키덜트라고 ‘커밍아웃’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20~30대 직장인 9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80.4%가 키덜트 문화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 중 29%가 스스로를 ‘키덜트족’이라고 답했다. 즉, 20~30대 직장인 10명 중 3명이 키덜트족인 것이다.
또 키덜트 문화를 즐기는 것이 직장 생활에 도움이 되는지 묻는 질문에는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83.6%나 됐다. 도움이 되는 부분으로는(복수 응답) ‘스트레스 해소(57.4%)’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 외에도 ‘정서적 안정(46.1%)’, ‘여가 시간활용(38.3%)’, ‘창의력 향상(36.5%)’, ‘집중력 향상(22.2%)’, ‘성취감 고취(17.8%)’ 등의 답변도 있었다.
한 전문가는 “경제적인 여유가 뒷받침되면서 능동적인 재미와 여가 활동을 추구하는 20~30대 키덜트족 직장인이 늘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유아적인 놀이 문화에 대한 회귀본능이 커지면서 과거에는 ‘철없는 어른’이나 ‘정신적 퇴행’으로 여겨졌던 키덜트 문화가 확산되고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산업 규모 ‘4500억 원’

키덜트족이 그저 과거를 회상하는데 그친다면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키덜트족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표출하며 관련 상품들을 소비한다. 이들이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프라모델, 무선 조종 자동차, 캐릭터 제품 등이다. 사람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관심 분야는(복수 응답) ‘만화책, 애니메이션(50.9%)’이 1위를 차지했고, ‘프라모델(27.6%)’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 ‘무선 자동차와 비행기(18.9%)’, ‘캐릭터 제품(푸우, 헬로키티 등)(18.2%)’, ‘피규어, 미니어처(17.1%)’, ‘퍼즐(13.5%)’ 등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이 꽤 크게 형성된 상태다. 업계 추정 국내 키덜트 산업 시장 규모는 4500억 원 규모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700억 원 정도로 분석되는 로봇·자동차·비행기·장갑차 등을 통칭하는 프라모델 산업은 키덜트 산업의 대표 격이다.
특히 로봇 캐릭터 ‘건담’은 마니아층이 워낙 두터워 프라모델시장 안에서도 ‘건프라(건담 프라모델)’라는 별도의 마켓을 형성할 정도다. 일본 반다이사가 생산하는 건담은 1970년대 후반 국내에 소개된 애니메이션 로봇으로 현재까지 1000여 종이 넘는 모델이 선보였다. HG(High Grade), MG (Master Grade), PG(Perfect Grade) 순으로 조립의 난이도가 나뉘며 PG 제품의 경우 부품이 1000개가 넘고 가격도 20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 특히 전문가가 손 본 튜닝 작품은 중고시장에서 100여만 원 선에 거래되기도 한다. 그 결과 일본 반다이사의 한국법인 반다이코리아의 작년 한 해 매출은 314억 원에 달한다.
프라모델뿐만 아니라 퍼즐, 무선 조종 자동차(RC카), 인형, 만화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키덜트족들이 활동 중이다. 아이들의 두뇌 계발을 위한 놀이로 시작된 퍼즐의 경우 최근 성인들이 관심이 부쩍 늘었다. 일반적인 평면 퍼즐에서부터 지구본·괘종시계 모양의 입체 퍼즐, 목재나 스펀지 재질의 특수 퍼즐도 있다.
모형 자동차(Radio Control Car)도 키덜트들이 열광하는 분야다. 이들은 동호회를 중심으로 하천 부지나 학교 운동장에 코스를 만들어 경주를 즐기거나 전국 단위의 대회를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RC카의 가격이 적게는 20만~수백만 원대에 이를 정도로 고가이고 월 유지비가 10만 원 정도 들어 경제적 부담이 꽤 큰 편이다.
인형을 수집하는 것도 더 이상 아이들만의 취미가 아니다. 실제 모형을 정교하게 축소해 만든 일명 ‘피겨’는 개당 수십만 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경제력이 있는 어른들의 고급 취미다. 피겨 수집과 관련된 동호회만도 전국에 300여 개가 활동 중이다.
또 국내 완구 업체인 손오공이 수입하는 브라이스 인형은 여성 키덜트들에게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가느다란 몸체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큰 얼굴과 눈을 가지고 있는 이 인형은 현재 국내에는 2000여 개의 관련 커뮤니티가 운영되고 있다.
‘드래곤 볼’ ‘원피스’ ‘명탐정 코난’ 등 일본 만화를 즐겨보는 키덜트족도 많다. 만화책 한 권의 가격도 3000원에서 8000원대로 저렴하고 한국어로 번역된 단행본·소장용 만화책을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어 ‘골수’ 키덜트족이 아니더라도 관심을 한번쯤은 가져보는 가장 대중화된 분야다.

패션계, 키덜트 상품 줄줄이 내놔

최근 키덜트 문화가 부쩍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키덜트 코드를 녹여낸 제품들이 ‘대박’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업계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키덜트 코드를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이 모노그램 디자인의 전통을 깨고 내놓은 그래피티 라인이 대표적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제품에 낙서가 돼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인 이 라인으로 대박을 친 루이비통은 최근 동물 모양의 패치워크로 더욱 귀여움을 강조한 제품군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랜드의 곰 캐릭터 캐주얼 의류 ‘티니위니’는 당초 20~23세의 대학생을 타깃으로 출시됐다. 하지만 이제는 20대 후반의 직장인으로까지 고객층이 넓어졌다. 특히 티니위니는 중국 진출 4년 만에 연매출 1000억 원을 올리며 현지 키덜트들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 밖에 ‘디즈니골프’ ‘MU스포츠’ ‘블랙앤화이트’ ‘먼싱웨어’처럼 미키마우스 강아지 고양이 등의 동물 캐릭터가 그려진 캐릭터 웨어도 국내외에서 인기다.
트렌드에 민감한 화장품 업계서도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화장품 케이스와 독특한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다. ‘작은 인형’이라는 의미인 이탈리아 화장품 브랜드 뿌빠는 브랜드 콘셉트가 ‘깜찍함’이다. 이 브랜드는 곰·하트·천사 등에서 착안한 제품 패키지로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호주의 화장품 브랜드 블룸은 헬로키티와 오드리 헵번을 복합한 캐릭터 ‘미스 블룸’을 제작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사실 이처럼 간접적으로 키덜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을 가장 잘 활용하는 분야는 대중문화계다. 특히 최근의 대박 영화 중 상당수가 키덜트 코드로 무장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2007년 6월 국내 개봉해 크게 성공을 거둔 ‘트랜스포머’다. ‘변신 로봇’을 소재로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한 이 영화는 전국 740만 명이라는 관객을 끌어 모았다.
‘입는 로봇’ 소재를 앞세워 성인과 아동 관객을 열광케 한 ‘아이언 맨’, 성인에게는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박진감을 선사한 ‘인디아나 존스4’, 흥미진진한 마법의 세계를 그린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등의 영화가 아동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킴은 물론 관객을 열광케 했다.
또 ‘소녀시대’, ‘카라’, ‘애프터스쿨’ 등 걸그룹의 중흥을 키덜트 문화에서 찾는 분석도 많다. 현재 이들의 인기는 ‘삼촌팬’이라고 불리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후반에 걸친 남성들의 전폭적인 지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삼촌팬들은 1990년대 대중문화의 급격한 성장 속에 청춘을 보냈고 지금도 여전히 만화를 읽고 게임을 하는 ‘키덜트 세대’다. 또한 이들은 중고등학생 시절 핑클과 S.E.S에 열광했던 세대다. 이들은 서른이 넘어서도 여전히 자신이 걸그룹의 팬이란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들의 소속사도 걸그룹을 기획할 때부터 새로운 문화 주체로 떠오른 30~40대를 염두에 두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들은 음반이나 관련 상품을 사들이는 등의 간접적인 소비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걸그룹 멤버의 생일날 신문에 전면 광고를 내거나 소속사의 주식을 매입해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등 적극적인 문화 소비 주체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기업들이 키덜트 코드에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는 이유는 키덜트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물론 이들이 ‘가치 소비’의 최전선에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아무리 비싸도 자신의 코드에 맞는다면 소득의 대부분을 쏟아 부을 준비가 된 사람들이 바로 키덜트족이라는 것이다.

인터뷰│이은영 돌모아 대표
자체 생산 인형으로 글로벌 키덜트 ‘모아모아’

이은영 대표가 운영하는 돌모아(www.dollmore. com)는 수입 인형뿐만 아니라 직접 제작한 인형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키덜트족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쇼핑몰이다. 현재 3만 명의 회원이 가입하고 있는 돌모아의 대표 상품인 구체 관절 인형은 인형의 관절이 구(球)형으로 돼 있어 움직임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장이나 몸치장도 가능해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

돌모아를 창업한 계기는.

홍익대 판화과를 졸업한 후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캐릭터 디자인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인형에 관심이 많아졌고 인형 수집이 취미가 됐다. 당시가 2000년께인데 국내에 내가 좋아하던 ‘패션돌’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드물어 해외 공동구매를 통해 구입했다. 그렇게 여러 개를 주문하다 보니 아예 ‘쇼핑몰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2002년 돌모아를 오픈했다.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초기에는 인형을 수입해 판매하는 리셀러 형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대형 무역 회사의 덤핑에 휘둘리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2003년부터 공방을 오픈하고 전문적인 생산 라인을 가동해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구체 관절 인형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또 인형에 필요한 가발·안구·의상·신발·소품까지 제작해 판매하다 보니 고객층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외국의 마니아들도 많이 찾는다고 들었다.

현재 일본어와 영문 사이트도 운영 중이다. 이미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키덜트족이 확고한 소비 주체로 자리 잡았다. 또 저렴한 가격의 고품질 제품을 현지 입맛에 맞도록 커스터마이징해 선보인 결과 해외서도 단골손님을 많이 확보하게 됐다. 현재 3만 명 규모의 홈페이지 회원들 중 상당수가 외국인들이다.

향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구체 관절 인형은 일본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일본 인형은 지나치게 고가인데 비해 국내 제품은 일본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품질 수준은 그에 맞먹는다. 최근 중국 제품들도 나오고 있지만 품질이 조악하다. 특히 인형의 원본을 만드는 원형사들의 수준은 한국이 세계 최고다. 최근에는 대학에서도 인형 관련 학과도 많이 생기고 있다.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이런 국내 노하우를 활용해 지금처럼 꾸준히 국내 인형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겠다.

키덜트 문화가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외로워졌다. 이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취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물건이나 활동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는 듯하다. 또 시간과 물질적 여유가 많은 솔로족들이 늘어난 것도 키덜트 문화가 확대되는 이유인 듯하다.

취재=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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